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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하루일기

[사업일지] 스마트스토어 상점주인의 아주 어설픈 사업일기1.

by _noname 2020. 3. 10.

 

비가 온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상점주인이 된지도 약 두 달이 되었다.

 

시작을 언제부터라고 해야하는 걸까? 사업자 등록신청을 한 날? 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와 스마트스토어 심사가 완료된 날? 첫 상품을 등록한 날? 아니면 본격적으로 하루에 한개씩은 상품은 올리기 시작한 날? ( 참고로 말하자면 재고없이 시작할 수 있는 위탁판매로 우선 시작했다. ) 

 

정리해봐야겠다.

 

 

2020.1.1. 사업자등록 신청

2020.1.2. 사업자등록증 발급 완료

2020.1.3. 스마트스토어 개설 신청, 통신판매업 신고, 도매쇼핑몰 몇군데 사업자 회원으로 가입

2020.1.7. 통신판매업 신고증 승인 완료. 구청에서 받아오기

2020.1.8.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신청 승인 완료

2020.1.9. 첫상품 등록

2020.1.17. 두번째 상품등록

 

여기가 반성지점이다. 새해부터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첫상품 등록과 두번째 상품등록 사이 텀이 길다.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하느라 그런거면 말도 안한다. 그냥 안했다. 희망에 부풀어서 시작은 했지만 구체적인 목표도 특별한 방향도 심지어 확신도 없었으니까.

 

- 어떻게든 되겠지.

- 꾸준히 하면 될거야.

- 잘 할 수 있을거야.

 

대단하다. 부업이 아닌 전업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서 이런 식의 안일한 마음가짐에 나태한 행동방식이라니. 스스로를 비난하려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아닌데 저절로 비난하게 된다. 이렇게 비난해봐야 습관이 아직 덜 들어서 그렇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꿋꿋하게 다음 일정도 게으르게 진행하는 나라는 사람.

 

 

2020.1.22. 세번째 상품등록

2020.1.23. 네번째 상품등록

2020.1.26. 다섯번째 상품등록

2020.1.29. 네이버 쇼핑 검색광고 등록 ( 광고를 시작함 )

 

비난에 굴하지 않고 합리화하며 띄엄띄엄 올렸지만 여기서부터 조금씩 습관이 되기 시작해서 1~2일에 1개씩은 올리게 되었다. 그렇게 습관처럼 올리게 된지 2주가 넘어갈 무렵 다시 회의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 팔리긴 팔리는 걸까.

- 그래. 사업자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도매사이트의 물건을 갖다 놓기만 하는 건데 경쟁력이 없겠지.

- 최저가는 마진이 안남으니 최저가로도 올릴 수 없고 사람들이 뭘 보고 내 물건을 사겠어?

 

상품경쟁력, 가격경쟁력, 마케팅경쟁력. 적어도 셋중에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셋다 없는 생초보이니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그 즈음 첫 주문이 들어왔다.

 

2020.2.13. 첫 주문 발생

 

세상에. 누가 내 물건을 샀어!!!!! 후기에서 많이 봤는데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떨린다고. 나는 정말로 두근두근했다.

 

- 되긴 되는구나.

- 이렇게 어설픈 상태에서 팔리는데 내가 좀 더 잘해보면 정말로 될지도 몰라.

 

 

이 날부터는 정말 하루에 하나씩은 상품을 올렸고, 가능성이 보이고 재미를 느끼니 상품 올리는 작업이 전처럼 귀찮고 힘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첫판매의 약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이후로 며칠에 한 번씩 주문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주문이 점점 늘어나는 패턴이 아니었기에 다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 이렇게 가뭄에 콩 나듯이 팔리는 게 의미가 있나?

- 가끔씩 팔리는 건 그냥 요행이 아닌가?

 

어제도 습관처럼 상품 두 건을 등록 후 스스로에게 물었다.

 

- 이대로는 아니지 않니?

 

그렇다. 이대로는 아니다. 이틀 연속 주문이 없다. 경험을 쌓는 중이라는 자기합리화도 먹히지 않는 시기가 왔다. 계속 발전해야 경험이지 정체되어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개선책을 마련해야한다.

 

- 이봐 상점주인. 장사가 안되는데 이제 어떻게 할거야? 

 

어렵다. 이런 주체적인 삶이라니. 10여년 회사원으로만 있던 나는 아직 너무 어설프다. 

어설픈게 당연하다고 다시 합리화시킨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가 어설프다는 사실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일이 맞는지가 중요하다. 하고싶다고 생각했고, 재미있다고도 생각했지만, 이렇게 불안이 찾아올 땐 확실히 답하기 어렵다.

 

- 이봐 상점주인. 계속 하고 싶어?

 

상점주인은 커피나 한 잔 더 해야겠다. 비가오니까 오늘은 좀 게으르게 쉬어볼까. 혹시 알아?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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