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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하루일기

[알바의세계] '이색 꿀알바'라고? 보조출연 알바 현실 후기

by _noname 2020. 1. 26.

 

오늘은 며칠전에 다녀온 보조출연 알바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백수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가끔 아르바이트 정보를 찾아봅니다. 계획이 있으니까 어딘가에 얽매여서 정기적으로 하는 일은 시간상 하기 어렵고, 일일 알바단기 알바 같은 것 중 적당한 것이 있을까 하고 보는 것이죠. 그러다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보를 발견하게 됩니다.

 

- 초보자도 가능한 꿀알바 보조출연! 1년 365일 매일매일 촬영이 있습니다!

- 가입비 및 보증금 등 선급급 없음

-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출연 가능 / 직장인 효율적인 투잡활동 가능

-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장, 야간수당 및 기타 복리 후생을 제공 ( 촬영 여건에 따라 식대, 교통비 등 추가 지급 )

- 경력자 우대, 초보자 가능, 동반 출연 가능 ( 친구, 연인, 가족 등 )

- 계약서 작성 및 등록을 위하여 본사 방문 한번 부탁드립니다.

 

 

 

 

 

이 정도면 혹!하지 않나요? 계획대로 준비하다가 좀 한가한 날이 있으면 신청해서 커피값이나 벌면 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해봅니다. 의심이 많아서 대뜸 신청하긴 뭐하고 전화해서 미심쩍은 부분들을 다 물어봤죠. 정말 생초보도 가능한지, 급여지급은 어떻게 되는지, 방문해서 등록하면 정말 바로 일이 가능한지 등등. 전화 상담상으로는 괜찮겠다 싶어서 방문을 하기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 제가 간 곳은 나름 업계 1위라는 '땡땡(익명ㅎㅎ)'에이전시였습니다. )

그리고 본사 방문을 했더니 신청자들을 모아놓고 한시간 동안 교육을 하더라고요. 정말 거르지 않고 모든 방문자들에게 등록 서류를 작성하게 하더니 보조출연 신청 방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때 또 미심쩍은 부분들을 다 물어봤는데 사기나 속임수 같지는 않았습니다. 한가지 걸렸던 부분은 프로필 사진을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일반 사진이나 증명사진은 안되고, 상반신 + 전신 사진이 퀄리티 높은 프로필 사진 수준으로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없는 사람들은 3만5천원을 내고 본사에서 촬영을 하면 된다고. 여기에서 몇몇 사람들은 등록을 포기하고 그냥 돌아갑니다. 사진찍기 싫다, 보조출연인데 프로필사진까지 필요하다니 뭔가 이상하다 등등의 이유입니다.  저는 이왕 방문까지 한거 속는셈 치고 촬영까지 하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신청을 해보았습니다. 한동안 감감무소식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이때가 작년 12월 초였는데 저의 개인적인 일을 시작하기 전이라서 시간이 한참 많을 때였습니다. 매일 신청해도 연락이 없어서, 사진촬영비 사기를 당한거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여러가지 일들로 정신이 없어서 잊고 지내다가 얼마전에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시간이 비는 날이 있어서 그때 맞으면 신청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내가 궁금하고 억울해서라도 꼭 한번은 하고 만다! 라는 생각이었어요. 마침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촬영을 하기에 신청을 해보았습니다. 웬걸. 바로 연락이 왔네요.

이렇게 해서 본사교육 한달 반만에 첫 촬영을 가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신이 나서 출동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종류의 일이잖아요. 알바 자체도 오랜만인데, 이런 이색알바라니! 뭔가 신선한 느낌.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면서부터 기분이 점점 다운되기 시작했어요. 약속시간 맞춰서 갔는데, 담당자라는 사람이 눈에 띄게 기다리고 있거나 하지도 않았고 한참 기다리다 만났는데 계속 기다리도록 방치를 하는 거예요. 제가 신청한 촬영은 22시부터 시작하는 야간 촬영이었는데 20분 전에는 오라길래 21시 30분에 도착을 했었거든요. 22시가 넘도록 그냥 방치해 놓을 거면 왜 일찍 오라고 한거죠? 이 일찍온 20분은 시급에도 안들어가는 시간이잖아요? 11년차가 넘었던 한때 직장인이라 불합리에 대한 분노가 폭발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촬영현장이었던 쇼핑몰의 사진 (영업마감 후)

 

촬영 시작하고 나서도 내내 불만스럽습니다. 보조출연은 움직이는 소품같은 거라서 귀한 대우를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하는거 아닌가요? 빨리와라, 움직여라, 뭐가 마음에 안들면 한숨쉬고, 설명은 대충하고, 질문하면 귀찮아하고. 여기까지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시간에 맞춰서 돌아가야 하는 현장이니까, 업무하다보면 까칠해지는거 익히 잘 알고 있으니까. 결정타는 반말입니다. 이 날 촬영한 드라마가 학생들이 나오는 드라마다 보니 보조출연도 20대 초반의 어린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보조출연 담당자가 자꾸 반말을 하는 겁니다. 두루두루. 나이를 떠나서 초면에 반말하는 것도 별로인데,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날 것 같은데 그러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업계가 원래 그렇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업계분위기야 가타부타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는 이 업계 사람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죠.

 

 

일자체는 사실 크게 어렵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날 촬영은 씬이 많고, 진행이 어설프고, 쇼핑몰 장면을 채우기에는 모집된 보조출연진이 좀 적어서 힘든 편이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야간 작업이라 밤을 새서 일을 하다보니 너무 지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알바 ( 몸을 쓰고 계속 서서 있어야하는 ) 가 오랜만이라 그런지 꿀알바는 무슨, 힘드네. 라는 느낌이었고 ( 귀하게 자랐다는 오해는 마시길.ㅎㅎ 20대때 각종 아르바이트를 두루두루 많이 했던 사람입니다. ) 이색알바라고 하기에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날 드라마가 웹드라마였거든요. 유명한 배우도 안나오고, 촬영팀이나 운영진도 상대적으로 덜 프로페셔널 ( 죄송 ㅠㅠ ) 하다보니 현장감도 떨어지고. 재미없을거면 다른 알바가 낫겠다 싶었어요. 거기에 보조출연 담당자들의 무례함까지 더해지니 다시는 안하고 싶더라고요.

 

 

촬영은 아침 7시 반에 끝났습니다. 일찍 끝나길 기대했는데 일일 근로시간을 꽉채워서 촬영이 있었습니다. 보조출연 알바 설명을 보면 1시간만에 촬영이 끝나도 하루 수당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거든요. 빨리 끝날수록 이득입니다. 1~2시간 만에 끝나면 정말 고수익 꿀알바가 되는거죠. 3~4시간만에 끝나도 꽤 괜찮죠?

불만폭발한 첫 보조출연 아르바이트 후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그래도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안해봤으면 계속 궁금했을 거고, 환상이 있었을 거니까요. 예전에 아르바이트 했을 때의 느낌도 살아나고, 어린 친구들이랑 대화도 나눠보고, 어설픈 현장이지만 드라마 촬영 현장도 보고, 처음해보는 종류의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죠. 프로필 촬영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입증하구요.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나는 다시는 안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나중에 유명한 작품 촬영 현장이고, 조건이 잘 맞으면 한번쯤은 더 참여해 볼까 싶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라면요. 그리고 다른 현장이면 보조출연 담당자가 다른 사람일수도 있으니까요. 모든 담당자가 다 무례하진 않겠죠? 하지만 지금 주된 생각은 저한테는 안 맞아서 안하는 걸로. 아, 저도 모르게 까칠함 폭발했기에 다음에 신청해도 그 사람들이 안뽑을지도 몰라요. ㅋㅋㅋㅋ 본인들이랑 안맞는다고 생각했을거예요. 저처럼 질문하고 이의제기하고 까칠하게 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다들 너무 착해. (.... 나도 착한데...... )

 

 

집합장소랑 가까이 사는 학생들한테는 꽤 괜찮은 알바가 아닐까 싶긴합니다.

저는 직장생활 오래하고 이제 체력도 떨어져가는 30대 중후반 까칠한 여인이라 이런 부정적인 후기를 남겼습니다만, 너무 편견을 갖고 보지는 마시길. ^^ 

경험을 넓히는 차원에서 한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혹시나 느낄 수 있는 불쾌한 감정이야 금방 휘발되니까요. 그런 사람은 중요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ㅎㅎ  

급여는 주급 또는 월급 중 선택해서 받을 수 있어요. 저는 의심이 많아서 과연 급여가 제대로 들어오는지 보려고 주급으로 선택했습니다. 주급은 7%의 주급수수료를 떼니까 불리한 조건이긴 합니다. 급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꾸준히 할거라면 월급으로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죠. 저는 이제 주급이 제대로 들어온것 까지 확인했으니, 확실히 사기는 아닌걸로!

 

여기까지 보조출연(엑스트라) 아르바이트에 대한 정말 솔직하고 개인적인 리얼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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