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때였나.
한참 국어실력에 자신이 있었던 그 시절.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그 단어, 금세.
헷갈리는 맞춤법, 헷갈리는 우리말에 단골처럼 등장했던 '금새'와 '금세'지만,
나는 내가 너무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신경을 안썼던 것 같다.
'당연히 금새가 맞지. 금사이의 줄임말이잖아.'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금세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을 어디선가 보고 충격!!!!
표준국어 대사전을 통해 정확하게 알아보자.
금세 [부사]
- 뜻 : 지금 바로. ‘금시에’가 줄어든 말로 구어체에서 많이 사용된다.
- 예문 :
1) 소문이 금세 퍼졌다.
2) 약을 먹은 효과가 금세 나타났다.
- 관련규범해설 : ‘금세’의 의미로 ‘금새’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금세’를 표준어로 삼는다. [표준어 규정 2장 4절 17항]
'금사이'의 줄임말이 아니라 '금시에'가 줄어들어서 생긴 말이란다.
이 설명을 듣고 이해가 확 갔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내멋대로 소설을 쓴것에 불과했다.
헷갈렸던 것도 모자라 그 줄임말의 어원까지 만들어 내다니. ㅋㅋㅋㅋ
금세에 관한 역사 정보도 한 번 살펴보겠다.
현대 국어 ‘금세’의 옛말인 ‘금시에’는 19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금시에’는 한자어 ‘今時’에 처격 조사 ‘에’가 결합한 것이다. 19세기 이후 제2음절과 제3음절이 축약되어 ‘금세’로 나타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이렇게 역사 정보까지 살펴보면 더 확실할 것이다.
사이의 줄임말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니까 알고 나서도 자꾸 헷갈리려고 했었다.
우리말에 사이의 줄임말 표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그새 (그+사이)
어느새 (어느+사이)
틈새 (틈+사이)
밤새 (밤+사이)
이런 표현들.
아. 이건 본문과는 별 상관은 없지만 덤으로 알아놓고 싶은 정보가 생겼다.
바로 위에 밤새를 혹시나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네이버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이다.
뭐라고? 밤새의 발음이 밤쌔라고?? 말도 안돼.
충격을 받고 나도 모르게 저 발음 옆에 스피커 버튼을 눌러서 들어보았다.
한글 단어를 발음을 들어보긴 또 처음. ㅋㅋㅋㅋㅋ
설명을 좀 보자.
밤새 [명사]
- 뜻 : 밤사이(밤이 지나는 동안)의 준말.
- 예문 :
1)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2) 밤새 비가 내렸는지 마당에 물기가 촉촉이 남아 있다.
3) 밤새 눈 한 번 붙여 보지 못했다.
2015년에 현실 발음을 인정하여 [밤쌔]와 [밤새] 모두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였다.
헐. 2015년에 현실 발음을 인정하여 밤새, 밤쌔, 모두 표준발음이라니!!
누가 밤쌔라고 한단 말인가!! 라고 순간 생각했지만,
이런 생각은 나의 우물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겠지라고 곧 반성했다.
내가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건 아닌데.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기가 쉽지 않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 뭔가 고치고 싶어진다.
밤새면 어떻게 밤쌔면 어떤가.
사전을 개정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쓰면 그 편리성과 대중성도 존중해 줘야겠지.
그래도 뭔가 씁쓸한 마음인건, 내 자유의 영역이니까. ㅎㅎㅎㅎ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헷갈리지 말자.
'금새'가 아니라 '금세'다.
한글사랑. 1일 1맞춤법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금세 시간이 갔다. 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저는 헷갈리지조차 않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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