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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nic/카페 탐방기

[카페탐방] 상수 카페거리 어디쯤의 예쁜 주택 카페 '십구호실'

by _noname 2020. 2. 7.

 

번역학원 가는 날이었다. ( 2월 4일 화요일 )

번역학원은 재미있지만 가는 길이 힘들다. 멀다.

그리고 저녁시간에 가면 출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차가 막힌다.

그래서 모처럼 부지런을 떨어서 오후 좀 일찍 출발했다.

 

상수역 근처에 있다는 상수 카페거리를 가보고 싶던 참에 겸사겸사.

마음에 드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좀 읽다가 학원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다. 비가 올 것 같다.

날씨 어플을 보니 눈이 올 예정이라고 되어있다.

이미 집을 나선 후였기에 그냥 무시했다. 오면 얼마나 오겠어?

그리고 날씨가 추워졌으니 눈이 오겠지. 눈이면 괜찮아. 또 멋대로 편한대로 결론내린다.

 

 

혹시나 하면 역시나고, 언제나 가는 날은 장날이다.

그래. 나는 날씨운이 별로 좋지 않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눈이 온다.

보송보송 예쁜 눈이아니라 비반 눈반의 질척거리는 눈이다.

여유로운 카페거리 투어 계획은 취소다. 그냥 지하철역이랑 가까운 곳으로 가야겠다.

 

속담이 많이 생각나는 날이다.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나의 방향치 특성이 극에 달했다. ( 나는 타고난 심한 방향치인데, 어떤 날은 그래도 제법 길을 잘 찾고, 어떤 날은 아무리 가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는다. 이 날은 목적지가 나오지 않는 날이었다. )

상수역 1번 출구로 나가면 카페거리가 있다고 했는데, 카페가 잘 보이지 않는다. 맨 식당들인데?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그러다가 나의 눈길을 끈 것이 이 카페 '십구호실'의 간판이었다.

 

.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것 같은데, 외관상으로 봤을 땐 내 취향일 것 같았다.

인테리어도 예쁘고 아늑하고 시끄럽지 않은.

사실 날씨가 안좋아서 대충 아무데나 들어가려고 하기 했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 ( 아무래도 옛날 사람인가봄 ㅠㅠ 속담 남발 ㅋㅋ)

 

 

카페 19호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는 사진이다.

군더더기 없는 하얀색 바탕 인테리어에 목재느낌 가구, 깔끔한 소품들, 소소한 디저트류.

스콘 매니아로써 무화과 스콘을 시켜보았다.

그리고 비오는 날은 카페라떼가 진리.

주문을 하고 진동벨이 울리기 전까지 또 열심히 인테리어 구경을 다녔다.

 

 

빵이나 제과류는 그 자체로 인테리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 따스한 느낌을 보라. 보는것 만으로 몸과 마음의 허기가 약간은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 색감좀 보소. 분위기가, 끝내줘요. ( 국물이 끝내줘요의 인테리어 버전. 이거 모르시나요. )

요즘 말로 써야겠다. 분위기갑. ㅋㅋ 이런 느낌 너무 좋아한다.

옛날 같으면서도 촌스럽지 않고 따뜻한 것 같으면서도 세련된 느낌.

 

 

오늘은 날씨가 영 아니라서 분위기가 안살지만 야외석도 예쁘게 마련되어 있다.

날씨 좋을 때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은 카페다.

전에 후기를 남겼던 수원 호매실의 이리부농이랑 분위기나 컨셉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살짝 다르다.

 

 

이렇게 특별한 용도는 없지만 가벽(파티션)으로 인테리어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은근히 허전함을 채워주면서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된다.

이 근처에 앉아있으면 사람들이 생각보다 이런 가벽을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중간중간의 연결 공간들도 놓치지 않고 꾸며주었다. 깔끔하면서 비어보이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통일되도록 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카페 십구호실의 인테리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계단 공간도 톤다운된 색감과 통일감 있는 조명 디자인을 선택하여 예쁘게 꾸며놓았다.

 

 

좌석 공간들도 공간공간마다 조금씩 느낌을 다르게 하여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조화가 되도록 했다.

 

 

이렇게 예쁘면 너무 탐나잖아!

카페 주인이 되는 꿈은 몇년전쯤 접었는데, 취향에 돌직구를 날리는 카페를 발견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다시 꿈꾸고 있다. 쉽게 꿈에 부풀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나는 '로망은 로망일뿐 현혹되지 말자.' 라는 타이틀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노력중이다.

 

 

훗. 이것이 나의 무화과 스콘과 카페라떼! 날씨의 습격에서 나를 위로해 줄 영혼의 음식들.

커피는 진해서 좋았고, 무화과 스콘의 무화과가 찐이라 좋았는데, 스콘 반죽이 살짝 아쉬웠다.

나는 조금더 파삭하고 버터맛이 진한 스콘 느낌을 좋아한다.

스타벅스 스콘이 취향에 맞는다라고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것 같다.

 

날씨는 안좋았지만, 우연히 십구호실 카페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던 하루.

다음에 또 올게요. 19호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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