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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하루일기

[서점 나들이] 수원역엔 서점이 두군데 - 심란할 땐 역시 서점

by _noname 2019. 10. 30.

 

나는 책을 좋아한다. 원래는 독서, 즉 책읽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책을 좋아하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나는 서점과 도서관을 좋아하니까. 들어섰을 때 풍기는 책냄새도 좋고, 어딜 둘러봐도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 비주얼도 좋고, 사람이 많아도 시끄럽지 않고 없으면 더 조용한 그 특유의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넘치는 책들을 내 마음대로 골라서 찝쩍거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 좋다.

진득하지 못한 성품 덕에 다양한 종류를 한꺼번에 조금씩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꽂히는 것이 있으면 집중하기도 하지만 꽂히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글자로된 매체를 좋아하는 나에게, 도서관이나 서점은 최고의 장소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싫증이 나면 금방금방 다른 것으로 갈아탈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왜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냐면, 도서관에서 욕심내서 책을 잔뜩 빌린다거나, 서점에서 갑자기 꽂혀서 책들을 구매하게 되면 집에 가져가서는 안 읽는다는 안타까운 사실 때문이다. 도서관과 서점에서는 기분에 취해 책들을 잔뜩 데려오는데 왜 집에 오면 읽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그냥 책을 둘러보고 고르고 언제든 그 책들을 즐길 수 있다는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양심적으로, 요즘은 책읽기를 좋아해요,라고 말하지 않고 책을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책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확실하니까.

아마 10월 22일 화요일이었을 것이다. 23일부터 무언가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하루 전날의 그 빈 공백이 편안하지가 않았다. 왜였을까. 편안한데 편안하지 않은 느낌.

갑자기 서점에 가고 싶어져서 늦은 오후에 외출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수원역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의류 상점 들이었다. 나는 얼마 전 이제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겠다며, 올 연말까지 패션잡화 쇼핑 금지 선언을 한 상태이다. 한창 봉인 중인데, 옷가게에서 서성거리다가 봉인 해제될뻔했다. 쇼핑 삼매경에 빠지려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 서점 가는 길에 상당히 산뜻한 느낌의 카페를 발견했다. 밝은 색감의 심플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것은 메뉴 게시판인가. 메뉴판도 아주 귀염귀염하다. 빙수 전문점으로 추정된다.

아하. 카페 이름은 '도쿄빙수' 였다. 일본과의 분위기가 상당히 껄끄러운 요즘을 당연히 의식 중이겠으므로, 이런 알림말이 붙어 있었다.  '도쿄빙수는 일본과는 상관없는 순수 한국 브랜드입니다.'  정확한 글자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뜻의 알림말. 그렇답니다 여러분. 오해하지 말고 귀여운 빙수가 끌리신다면 마음껏 드세요.

그렇게 도쿄빙수를 지나 북스리브로로 진입했다. 북스리브로는 AK플라자 지하 1층에 있다.

북스리브로에 진입하자마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드림캐쳐들이었다. 내가 애정 하는 '꿈을 만드는 공방'의 작품들이다. 훗. 저도 이 꿈을 만드는 공방에서 마크라메와 드림캐쳐를 배웠답니다.

책을 보고 싶어서 서점에 온 것이면서 자꾸 다른데 한눈을 팔고 있다. 이제 내마음에 드는 책들을 pick 할 시간!

북스리브로에서의 Pick은 이렇게! 1.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 2. 작가특보. 3. 열심히 사는 게 뭐가 어때서.

나는 좀 단순한 편이라 책을 고를때도 책 제목과 표지 느낌만 보고 우선 고른다. 그다음에 몇 장을 읽어보고 진지하게 읽어볼지 말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빠른 편이다. 결과는 보장 못하지만 ㅎㅎㅎ 반반 정도?

이렇게 고르고 본격적으로 읽어볼까 했는데, 수원역 북스리브로에는 앉아서 책을 볼만한 공간이 없다. 앉아서 책 보기엔 역시 반디앤루니스지. 그렇게 고른 책들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반디앤루니스로 향했다.

반디앤루니스는 롯데몰 3층에 있다. 평일이라 한산해서 너무 좋았다. 널찍한 테이블이 내 것이다.

반디앤루니스에서 슬쩍 돌아다니며 표지와 제목만으로 고른 책은 무려 5권이나 되었다.

1. Porto 2. 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 3. 나는 유튜브로 영어를 배웠다 4.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5.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pick은 했지만 시간 관계상 1~2권만 파악하고 배가 고파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 책들은 계속 찜해뒀다가 다음에 다 읽어볼 생각이다.

어떤 책을 고르는지를 통해 그 사람의 심리상태나 현재 관심사를 대략 알 수 있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현재 진로/직업/회사/부업/퇴사 후의 삶 이런 류의 테마에 관심이 많다. 나 역시 진로 탐색 중이므로.

그리고 추가로 좀 다른 성격의 테마라고 한다면 영어. English. 영어 회화를 능수능란하게 하고 싶어 졌다. 전에는 막연히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인데, 요즘은 실질적으로 정말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자유롭게 세계여행을 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말 못 하고, 하다 안되면 대충 넘어가고, 불편해도 참으면서 하는 여행 말고 우리나라를 여행하듯이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영어 못해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한 세상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훨씬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걸?

이렇게 나의 심리상태 및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하는 소득(?)을 얻으며 ( 이미 다 알고 있는 거긴 했지만. 그래도. ㅋㅋ )

오후의 수원역 나들이는 마무리되었다.

 

* 덤 - 오늘의 다짐 : 책욕심만 많고 독서량이 받쳐주질 않는 이 몹쓸 패턴을 조금씩 개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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