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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끄적끄적 에세이

[일종의 에세이] 일단 오늘 한 줄 써봅시다 - Day1.습관

by _noname 2019. 10. 31.

 

글을 쓰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어쩌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마음 한구석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는 좀 과장을 보태면 활자 중독증이었다.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과자 봉지 같은 데 쓰여 있는 글자들에 관심이 많았고 한글을 엄청 일찍 뗐다고 한다.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이후로 장르 불문하고 책읽기를 좋아했고, 동시집 같은 건 굉장히 여러 번 읽었다. 스스로 동시 짓기 같은 활동도 했던 것 같다. 엄마한테 막 읽어주고. ㅋㅋㅋ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현실에 눈을 뜨고 관심사가 먹고 살기, 그런데 풍요롭게 먹고 살기, 가 되면서 돈벌이가 되는 일에만 집착하게 되었다. 작가는 엄청 인기 작가가 되지 않는 이상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회적 인식에 그대로 물들어 나의 관심사에서 자연스럽게, 아니 의도적으로 제외시켰을 테지.

그런데 돈벌이가 되는 직장생활을 영혼없이 하는 동안 글쓰기에 대한 어떤 마음 같은 것이 가끔은 떠올랐었다. 생활에 지친 내가 '그럴 시간에 그냥 쉴래.'라고 습관화된 게으름을 부렸기에 쓰지 못했다.

 

인계동 카페 블루힙의 내부 전경

 

요즈음 한껏 쉬고 나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동동 떠오르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오늘 한 줄 써보자는 문구에 자극을 받아 집에 잔뜩 쟁여놓은 빈 노트 중 한 권을 골라 막 적어 보았다.

제대로 쓰자고 하면 한없이 생각하고 정돈하고 해야하니까, 일단 실행이 중요하니 당분간 의식의 흐름대로 글쓰기를 해 볼 생각이다.

첫번째 키워드는 <습관>.

아래는 내가 습관이라는 키워드로 막 적어 내려간 글의 전문이다.

( 수정하고 싶어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남겨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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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관 ( 2019.10.25.금. PM7:30. 블루힙 )

습관. 같은 상황에서 반복된 행동의 안정화 또는 자동화 된 수행. 사전마다 약간씩은 다르지만 사전적 의미는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반복으로 인해서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에 흔히들 '습관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습관의 중요성은 일단 뒤로 미뤄두고, 나의 독특한 습관은 무엇이 있나? 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는 글을 쓸때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행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조각 일기처럼 갑자기 떠오른 것을 기록한다거나, 여행지의 기분에 취해 일기를 쓴다거나, 그 날 읽은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적어놓는다거나 하는 행위이다.) 날짜와 시간을 적는다. 중요하지 않은 글이더라도.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시작은 모르겠지만, 왜 그런지는 알 것 같다. 날짜와 시간을 기록하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날짜/시간 + 장소까지 기록하는 경우도 흔하다. 시공간의 어디쯤 존재할 때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를 나중에 글을 보게 되었을 때 떠올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글을 쓰는 그 순간에도 다시 한번 내가 지금 여기 있다고 떠올릴 수 있으니까.

아무 생각없이 지내다 보면 순간 여기가 어디지? 싶을 때가 있다. 날짜도, 요일도, 장소도, 내가 내 인생의 어디쯤에 있는 건지도. 어딘지도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봐야 깨닫는데, 그곳에 왜 있는지를 생각하면 더 미궁에 빠지기 일쑤다. 이건 정말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곰곰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가고 싶어서 가고, 하고 싶어서 하고, 또렷한 의식을 지니고, 행복한 마음을 품고, 내가 그려가고 있는 큰 그림이 무엇인지를 알고, 믿고, 행하는 삶.

글을 쓰기 전에 날짜와 시간, 장소를 기록하고 쓰는 건 그런 삶을 살기 위한 작은 노력인지도 모르겠다. 훗날 그 글의 조각들을 모아 놓았을 때, 아, 나는 늘 좋은 방향,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 멋진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했구나, 잘해왔구나. 그래서 여기까지 왔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적는다. 2019. 10. 25. 금. PM 8:00. 인계동의 한 아늑한 카페 '블루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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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고 하기도 멋쩍은 그냥 단순하게 떠오른 생각을 적은 일기 같은 글이지만, 이 시작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는 모를 일이다.

우선 뭔가 시작한다는 것은 항상 뿌듯하다.

시작만 잘하고 뒷심(!)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일단 뿌듯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 오늘의 결론 : 큰 목적의식은 없습니다. 그냥 나의 취미 목록에 글쓰기를 당당하게 올려보고 싶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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