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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끄적끄적 에세이

[일종의 에세이] Day3. 입동

by _noname 2019. 11. 8.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유난히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요즘 하루하루 날이 서늘해지고 있었지만 유난한 느낌에 핸드폰 날씨 어플을 보니 0도C.

이른 아침부터 도착해있는 친구의 카톡 메시지를 보니, 친구네 동네는 영하 3도라고 한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게 맞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습관처럼 핸드폰으로 네이버 창을 띄웠다.

네이버 로고가 붕어빵이다.

네이버 로고는 특별한 날일 때 그 날에 맞게 디자인이 바뀐다.

오늘은 무슨 날이지? 생각했는데 입동이란다.

역시. 그래서 기온이 뚝 떨어졌구나.

24절기라고 하는 그 절기는 중국 기준이어서 우리나라와 조금 차이가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매년 느끼는 거지만 맞지 않는 듯 잘 맞는다.

입동이니까 오늘부터 겨울인건가.

이것도 매년 느끼는 거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은 너무 짧다.

어쨌든 추위를 느끼고 싶지 않아서 올 가을들어 제일 두꺼운 겉옷을 챙겨 입었다.

진그레이 색의 아주 두툼한 롱니트가디건.

든든하게 챙겨입고 외출해서 인지 구름이 가리지 않는 햇살이 직접 쬐는 날씨라 그런건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손끝은 시리지만 기분은 따사롭달까? 하늘은 맑고, 높고, 단풍은 아름답다. 그래, 아직 가을이다.

 

공기를 마시고 거리를 거닐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계절.

그래도 입동인데, 무시하고 가을이라고만 주장하면 미안하니까 양보해서 가을과 겨울 사이라고 해둬야겠다.

겨울로 들어서긴 했지만, 가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않았다고.

 

입동이니까 이제 월동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날이 추워지면 많은 것들이 같이 추워지기 십상이다.

예를 들면 마음 같은 거?

마음이 살짝 쓸쓸한 어떤 날,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면 쓸쓸함이 증폭된다.

특히 겨울날의 밤거리.

연말 느낌을 자아내는 반짝이는 불빛, 김이 모락모락하는 각종 길거리 음식들과 다정하게 꼭붙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차가우면서도 먼 예전의 그리움 비슷한 느낌들을 불러일으키는 겨울밤공기.

이것들은 감정을 증폭시키게 마련이어서,

쓸쓸한 날에는 점점 더 쓸쓸해져서 마음이 아릿하게,

즐거운 날에는 그 즐거움을 더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해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겨울이 춥고도 따뜻한 계절이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다.

 

쓸쓸하고 싶지 않다.

요즘의 나는 전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매일매일 기운을 내고, 용기를 끄잡아 내지만,

새롭게 가려는 길이 익숙하지가 않아서인지 마음 상태가 얄팍하다.

그렇다고 마음상태나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얄팍하다고 표현한 건 작은 자극에도 쉽게 움직이고 어질러진다는 뜻이다.

그런 움직임을 다스리는 것도 애를 써야하는데, 쓸쓸함까지 다스리려면 업무 과다다.

그래서 월동준비를 해야한다.

 

 

그런데, 그러면, 어떻게?

잘 모르겠다. 찾아봐야한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올 겨울은 따뜻하고, 포근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이렇게 보내기로 결정했다.

우선 목표는 잡았으니 방법을 생각해 볼까?

 

* 덤 - 네이버의 붕어빵 로고 땜에 붕어빵이 먹고 싶어졌다. 겨울철의 붕어빵은 정말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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