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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helves/책 이야기

[책리뷰-알랭드보통 불안] 우리는 왜 불안할까? 이유없는 불안 속에 숨겨진 속마음

by _noname 2019. 11. 22.
 
 

불안했다. 그 불안의 이유는 나도 잘 몰랐다. 막연히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돈을 벌어야 살아갈 수 있는 시대에서,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이 수단이 사라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먹고 살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는가? 어떤 능력이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나를 불안으로 몰고 갔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이런 종류의 불안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살고 있겠지만, 너무 적성에 맞지 않는 업에 종사하고 있었기에 더욱 불안했다. 긴긴 고민 끝에 퇴사를 했고, 나는 막연히 그러고 나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니 적어도 이런 류의 불안은 더 옅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판단 착오였다. 적성에 맞지 않든, 당장 내일이 불안하든, 어쨌든 하루 출근하면 하루만큼의 돈을 번 셈이었던 직장을 나오고 나니 더욱 심한 불안이 휘몰아쳤다. 전에는 한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비이성적인 수준의 불안이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황한 나는 극복할 방법을 몰랐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일단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내가 우선 해야 할 일은 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조언도, 그 어떤 좋은 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내가 아니고, 내가 겪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약해진 내 마음은 자꾸 의지처를 찾으려 했지만, 그럴 수록 도움을 받을 곳이 아무데도 없다는 확신만 강해졌다.

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지금 이것은 어쩌면 인생의 위기다.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위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뭐라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누가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

 

 

나는 결코 영상 미디어와 친한 스타일이 아니다. 요즘 트렌드인 유투브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다. 무엇이든 유투브로 검색하고 한다는데, 나는 영상보다 텍스트를 선호하는 사람이라 유투브를 시청해본 경험이 2~3번 있을까 말까였다.

하지만 내 문제 해결을 위하여 처음으로 유투브를 검색했다. 유투브에는 각양각색의 사람이 있고, 그 다양한 사람만큼의 불안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어떤 수준의 불안을 왜 느끼게 되었으며, 어떻게 해서 괜찮아졌는지 들어봐야한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비이성적인 불안을 진단하고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글에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그렇게 일생에 별 인연이 없을 것 같았던 유투브를 통해 단기간의 안정기를 가질 수 있었고, 그 안정기를 바탕으로 더더욱 나를 안정시켜 줄 수 있는 것들에 몰두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추천을 많이 했던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사람의 불안,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을 다룬 책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좋든싫든 여러명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그 무리 안에서 각각 모두 똑같은 것을 지니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어떤 측면에서든 차이가 벌어지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그런 차이를 많이 신경쓰느냐 적게 신경쓰느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완전히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란 사실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는 본문 내용이 있어서 일부 적어본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이 생존에는 모자라지 않는다 해도 공동체의 소득에 비해 현저하게 뒤쳐지면 언제나 가난에 시달리게 된다. 그럴 경우 그들은 공동체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최소한이라고 간주하는 것을 가질 수 없으며, 품위가 없다는 공동체의 심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중시되는 가치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에 대한 묘사가 인상 깊어서 그 부분도 적어보겠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따르는 것은 두려움을 느껴 나도 모르게 복종을 하기 때문이다. 마취를 당해 그 가치가 자연스럽다고 어쩌면 신이 주신 것인지도 모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이 거기에 노예처럼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상력이 너무 조심스러워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러한 사람의 사회적인 불안요소를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는 매체로써 철학, 예술, 풍자, 여행 등을 이야기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시대마다 변하고,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 기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 질 수는 없지만 앞서 말했던 철학, 예술, 풍자, 여행 등을 통하여 그 기준만이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보다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을 강력추천한 모유투버처럼 불안할때마다 읽고 싶을 정도로 이 책이 잘 맞진 않는다, 나는.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불안이 나는 절대적으로 생계에 대한 불안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어쩌면 이 책에서 묘사한 불안의 일부분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사회적인 관념이나 기준에서 자유로운 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부분에 아예 욕심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니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잘 모르던 나의 속마음을 좀 더 뚜렷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만일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고, 내가 지금 왜이렇게 불안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왜 불안한가?에 대한 해답에 좀더 가까워지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해답을 알아야 방법도 나올테니 말이다.

 

공감가거나 인상깊었던 문구들 몇가지를 남기면서 마무리 지으려 한다. 불안한 모두들, 좀 더 평온해지기를.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폐허는 세속적 권력이라는 불안정한 보답을 얻으려고 마음의 평화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에 대하여 말한다. 낡은 돌들을 보다보면 성취에 대한, 또는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이 누그러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자신이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은 우리 자신을 더 중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모든 질책은 그것이 과녁에 적중하는 만큼만 피해를 줄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질책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만만하게 그런 질책을 경멸할 수 있으며 또 실제로 그렇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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